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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읽기연재 2026.10.01

[그 숫자, 누가 셌어요? 여는 글] 그 숫자, 누가 셌어요?

평균 월급, 이혼율, 지하철 혼잡도. 계산은 맞았는데 다른 질문의 답이었던 숫자들을 따라가는 연재를 시작합니다.

그 숫자, 누가 셌어요? · 8편 중 1번째 글

연재 목차 보기
  1. 여는 글. 그 숫자, 누가 셌어요?
  2. 1. 내 연봉은 왜 늘 평균보다 낮을까
  3. 2.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한다"는 계산법
  4. 3. 2호선 혼잡도 39%, 당신이 겪은 혼잡도는 52%
  5. 4. 집값은 올랐는데 평균은 떨어졌다
  6. 5. 출산율 1등 동네는 운이 좋았을까
  7. 6. 수능 만점자 수는 왜 해마다 널뛸까
  8. 7. 응답률 2%짜리 여론조사

대표가 준비 중인 책 『그 숫자, 누가 셌어요?』의 원고를 연재합니다. 숫자는 모두 한국의 공개 자료를 내려받아 대표가 직접 다시 계산했습니다. 자료는 저장소에서 받을 수 있습니다.

"직장인 평균 월급 375만 원." 뉴스에서 이 숫자를 보고 "내 월급은 왜 이렇게 적지?" 하고 한숨 쉰 적 있으신가요? "영업이익 500% 급증"이라는 제목을 보고 그 회사 주식을 살까 고민한 적은요? 숫자가 붙은 문장은 이상하게 믿음직합니다. 누군가 꼼꼼히 셌을 것 같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 숫자를 누가, 무엇을 한 명이나 한 건으로 쳐서 셌는지 따져 본 적은 드뭅니다.

이 책은 그 숫자의 속사정을 사례로 보여 주는 책입니다. 통계 교과서가 아닙니다. 지하철 혼잡도, 이혼율, 출산율 1등 동네, 주식 고수, 일기예보처럼 우리 생활 속 사례 열여섯 개를 따라가다 보면, 숫자 앞에서 바로 써먹을 수 있는 통계가 하나씩 손에 잡힙니다. 수식은 없습니다.

같은 자료, 두 개의 정답

먼저 출근길 지하철 이야기로 시작해 보겠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역·시간대별 지하철 혼잡도를 공개합니다. 이 자료로 2호선 평일 혼잡도의 평균을 내면 39.3%가 나옵니다. 생각보다 여유 있어 보이죠.

그런데 같은 자료에 역별 승하차 인원을 겹쳐 '승객 한 사람이 탄 열차는 평균 얼마나 붐비나'를 구하면 52.4%가 나옵니다. 혼잡도가 80%를 넘는 열차 칸의 비율은 5.8%이지만, 그런 칸에 탄 승객의 비율은 14.4%입니다. 붐비는 열차에는 사람이 많고, 한산한 열차에는 사람이 적기 때문입니다.

두 숫자 모두 계산은 정확합니다. 39%는 열차를 센 숫자이고, 52%는 승객을 센 숫자일 뿐입니다. 누군가 '2호선 혼잡도는 39%'라고 말해도 거짓말은 아닙니다. 다만 출근길의 당신이 겪는 혼잡과는 다른 질문의 답입니다.

챗GPT에게 "2호선 평균 혼잡도를 구해 줘"라고만 하면, 자료를 그대로 평균 낸 39%가 나올 수 있습니다. 52%를 얻으려면 승객 수만큼 무게를 두어 평균 내라고 따로 시켜야 합니다.

이 책이 알려 주는 통계의 핵심은 계산을 잘하는 법이 아니라, 숫자를 만났을 때 무엇을 물을지입니다.

1초 만에 나온 그래프

그런데 요즘은 이런 숫자와 그래프를 AI가 먼저 만들어 내기도 합니다. 엑셀 파일 하나를 챗GPT에 올리고 "이 자료로 핵심을 그래프로 보여 줘"라고 쓰면, 1초 만에 그래프와 자신 있는 문장이 나옵니다. 예전에는 반나절 걸리던 일입니다.

숫자를 만드는 시간은 1초로 줄었지만, 그 숫자를 믿어도 되는지 확인하는 시간은 줄지 않았습니다. 계산이 틀렸는지는 기계가 점점 잘 봅니다. 하지만 그 계산이 내가 궁금한 질문에 맞는 계산이었는지는 여전히 사람이 물어야 합니다. 누구를 셌는지, 무엇을 빼고 셌는지, 무엇과 견주었는지를요.

이 책에 나오는 숫자들은 대부분 계산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뉴스의 숫자도 연구자의 숫자도 덧셈과 나눗셈은 정확했습니다. 그런데도 그 숫자를 그대로 믿으면 엉뚱한 결론에 닿습니다. 계산은 맞았지만 다른 질문에 대한 답이었기 때문입니다.

이 책에서 만날 장면

이 책에는 이런 이야기가 나옵니다.

코스피 방향을 닷새 연속 맞힌 주식 고수가 영상에 나옵니다. 그런데 주식을 전혀 모르고 동전만 던지는 사람 1,000명을 시켜도 그중 20명은 닷새 연속 맞힙니다(10장). 그 고수는 정말 고수일까요?

출산율 1등 동네를 찾아보면 아기가 많이 태어나지 않는 작은 동네가 많습니다. 상위 10곳 가운데 7곳은 한 해에 태어난 아기가 200명도 안 됐습니다(5장). 그 동네는 정말 아이 키우기 좋은 곳일까요?

"영업이익 500% 급증" 기사가 나온 회사 92곳은 출발점이 보통 3억 6천만 원이었습니다. 작은 숫자에서 시작하면 500%도 큰돈이 아닐 수 있습니다(11장).

"세 쌍 중 한 쌍이 이혼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같은 해 결혼한 부부 100쌍을 따라가 보면, 10년 안에 이혼하는 부부는 약 13쌍이었습니다(2장).

저는 코스피 2,699일을 직접 세어 "사흘 오르면 팔고, 사흘 내리면 사라"는 법칙을 찾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동전을 던져도 똑같은 법칙이 나왔습니다(16장).

이 책을 읽고 나면

월급과 집값 기사를 보고 "이 평균은 누구의 평균이지?" 하고 물을 수 있습니다.

여론조사, 일기예보, 주식 고수의 기록을 보고 "이게 우연은 아닐까?" 하고 따져 볼 수 있습니다.

회사 보고서나 AI가 내놓은 그래프를 받았을 때 "어떻게 셌어요?" 하고 되물을 수 있습니다.

다섯 가지 질문

이 책에서 배우는 것은 숫자를 만났을 때 던질 질문 다섯 개입니다. 다섯 질문은 모두 '어떻게 셌나'를 묻습니다. 수식을 몰라도 던질 수 있고, AI에게도 그대로 물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쓰입니다. 평균 월급 기사 앞에서는 "누구를 셌지?", 여론조사 앞에서는 "몇 명이 어떤 방식으로 답했지?", 주식 고수 영상 앞에서는 "틀린 사람들은 어디 갔지?", "영업이익 500% 급증" 앞에서는 "출발점이 얼마였지?", "월요일엔 내린다"는 말 앞에서는 "우연은 아닌가?" 하고 묻는 겁니다. 그때마다 필요한 통계 개념을 장마다 하나씩, 사례와 함께 쉽게 풀었습니다.

질문 무엇을 확인하나 다루는 장
1. 누구를 무엇을 한 명, 한 건으로 셌는지. 열차인가 1~4장
셌나? 승객인가, 부부인가 그해 결혼한 사람인가

2. 어떻게 얼마나 많이, 어떤 방식으로 모았는지. 작은 5~8장 모았나? 동네, 응답률 2%짜리 조사, '비 안 와요'만
말해도 70% 맞는 예보

3. 사라진 건 셀 때 빠진 사람과 기록은 없는지. 상장 첫날 9~10장 없나? 산 사람, 틀린 예측가

4. 무엇과 출발점과 비교 대상이 적절한지. 500% 급증의 11~13장 비교했나? 출발점, 늘어난 아기 수의 원인, 맑은 날과
흐린 날, 월요일과 나머지

5. 우연은 우연만으로도 그런 숫자가 나오지 않는지. 14~16장 아닌가? 신인왕 2년차 징크스, 검색어 예측,
통계학자도 속은 계산

질문은 뒤로 갈수록 조금씩 어려워집니다. 장마다 통계 개념을 하나씩 소개하는데, 평균에서 시작해 비율, 확률, 두 집단 비교를 거쳐 과적합과 선택 편향까지 갑니다. 앞 장을 알아야 뒤 장을 이해할 수 있도록 쌓았지만, 궁금한 장부터 펼쳐도 괜찮습니다.

이 책을 읽는 법

저는 25년 동안 증권 거래 시스템을 비롯한 여러 정보 시스템을 만들었고, 지금은 데이터 분석과 AI를 가르칩니다. 이 책의 숫자는 열여섯 장 모두 한국의 공개 자료를 내려받아 제가 다시 계산했습니다. 국세청, 국가데이터처, 국토교통부, 한국거래소, 기상청, 질병관리청 같은 곳의 자료입니다. 분석을 시작할 때의 예상이 틀린 장도 있고, 그 결과도 그대로 실었습니다.

장마다 구성은 비슷합니다. 누구나 본 적 있는 숫자로 시작해서, 그 숫자에 얽힌 믿음을 한 번 뒤집고, 통계 개념을 하나 소개한 뒤, 제가 직접 센 결과로 한 번 더 뒤집습니다. 끝에는 '직접 확인해 보기'가 있어서, 어디서 어떤 자료를 내려받고 챗GPT에게 무엇을 물으면 되는지 적었습니다. 그대로 해 보고 제 숫자와 다르다면 알려 주세요. 어려운 수식은 없습니다.

마치며

39%와 52%는 둘 다 맞았습니다. 달랐던 것은 무엇을 셌느냐였습니다. 월급, 집값, 여론조사, 주식 고수의 숫자 앞에서도 한 번만 멈춰 서서 물어보세요. 그 숫자, 누가 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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